장기하와 얼굴들을 듣다, 이장혁에 대해 생각하다 백수부부의 생존 레시피






요즘 우리는 '장기하와 얼굴들' 음악 듣는 재미로 산다. 연애의 도화선이 <송골매>와 배철수였을 정도로 나와 남편은 둘다 포크 사운드 마니아들이다. 세번째 만남인가, 노래방에서 나는 남편이 송골매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신청하는 것을 보고, 이 남자면 적어도 나와 다른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살겠구나, 하는 '뽕' 필의 신뢰를 느끼고 사귀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달리는 차 안에서 송골매의 앨범을 줄기차게 틀어댔다. '와! 이 건강한 사운드좀 봐' '요즘은 왜 이런 음악이 안 나올까'한동안 이런 레파토리의 이야기를 얼마나 나누었을까. 그것은 꽤 오래, 지속됐다. 김광석, 장필순을 지겹도록 그리워하면서.

그러다 뒤집어지게 놀랐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는 순간 나와 남편은 쾌재를 외쳤다. 판소리의 현대화! 송골매가 부활했다! 입에 척척 감기는 가사는 백수 부부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비루함을 일깨우며, 슬퍼서 '아름다운' 아이러니한 감동을 자극했다. 희망없는 가련한 88만원 세대가 2.0세대에게 이런 감동을 안겨주다니! 난세에 영웅이 탄생되듯, 비루한 시기에 언더가 뜨는도다. 나는 그렇게 당분간 오버하면서 흥분하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이즈음 나는 이장혁은 왜 과소평가받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004년 발매된 이장혁의 첫 앨범은 적어도 내게 최고의 앨범이었다. 그만의 자학적인 포크 감수성은 대한민국 인디계의 이장혁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처절한 사운드다. 그의 앨범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살고 싶어요. 그래서 죽고 싶어요". 이 시대에 누가 이토록 처절하게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이장혁은, 그의 음악은 평단에서의 열띤 반응뿐 아니라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앨범 전체가 고루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이장혁은 2008년 최근 2집을 발매했다. 1집의 '누수'나 '스무살' '꿈을 꿔'는 대한민국 음악계의 '축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처럼 음울하고, 자폐적인 사운드는 2집에서는 더 수위를 높여 끝간데없는 늪으로 안내한다. 음악을 통해 과거와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늪은 결코 늪이 아니다. 도리어 탈출구다. 그래서 나는 이장혁이 좋다. 그의 우울한 심성이 참으로 고맙다.

모 음악 사이트를 보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신보에는 며칠새 1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 반면 이장혁의 2집에는 단 두개가 달려 있었다. 이 글을 아마도 그 '댓글'을 보고 퍼뜩 든 상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물론 반가운 얼굴들이다. 앞으로 계속 지켜보며 팬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이장혁도 지금보다 더 많은 앨범이 팔렸으면 좋겠다. 더 지속적인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지금보다 좀 더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장기하의 얼굴들을 들으면서 이장혁도 들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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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 o s t card from the S o u th : 장기하와 얼굴들 2009-03-06 06:13:14 #

    ... 나는 잘 모르고, 도움이 되는 포스트 한편 을 읽었다. 블로거가 블로거들에게 이런 말 해서 참으로 미안하지만, 블로거의 글을 진지하게 읽은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 more

덧글

  • c 2009/04/08 15:48 # 삭제 답글

    이장혁 앨범 정말 좋죠....
  • 아임이미리 2009/04/08 18:05 # 답글

    이장혁 좋아하는 분 만나서 반가워요.
    이장혁 콘서트 열면 올해에는 꼭 가볼 거예요
    근데 많이 슬프겠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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